2. 컨설팅에 맡길 수 없는 인테리어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컨설팅 없이 개원해서 나름(?) 성공적으로 잘 운영중입니다.
몸으로 하나하나 전부 다 부딪히며 개원을 하고 크게 느꼈던것 중 한가지가,
인테리어만큼은 절대로 컨설팅에 모든걸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컨설팅으로 개원한 주변 지인 및 선후배님들의 사례를 봤을때,
컨설팅에 모든걸 내맡긴 경우 뒤늦게 큰 낭패를 보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었는데,
하나씩 차례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1) 병원이 maximum 으로 성장했을때를 반드시 생각해야 합니다
컨설팅 업체는 원장님과 초기 1년정도 (정확히는 개원후 한달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요?) 를 함께 합니다.
병원이 얼마나 커질지, 환자가 많아졌을때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듯 합니다.
예를들어 진료실 개수, 지역이나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1인원장으로 끝내고 싶어하는 개원의는 그리 많지 않을꺼라 생각합니다. 대부분 부원장 1명 혹은 그이상 두는것을 희망하실텐데, 예상했던것보다 훨씬 더 잘 되는 경우도 반드시 고려를 하셔야 합니다.
왜냐? 인테리어는 한번 공사하면 두번다시 고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씀드리는 인테리어는 병원을 좀 더 멋지게 보이게 하는 그런 실내 장식이나 분위기를 말하는게 아니라
진료실의 크기, 복도 너비, 벽체의 구성, 환자의 동선등을 어우르는 하드웨어적인 요소를 말하는 겁니다.
사업을 한번 시작하면 최소 수천만원에 많게는 수억에 달하는 고정지출이 매달 발생하기 때문에,
한달 가까운 시간을 영업을 중단해가면서 인테리어를 고칠 수 있는 강심장 원장님은 전국에 손에 꼽을거라 생각합니다.
완성된 인테리어는 추가로 고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하다못해 콘센트 하나를 추가하려고 해도 천장 석고택스나 벽체의 타일을 뜯어야 하는 대공사가 필요합니다. 10억에 가까운 돈을 들여 개원하는 만큼, 인테리어는 신중 또 신중해야 합니다.
많은 원장님들이 간과하시는게, 병원이 잘될경우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1인 원장이고 환자가 많지 않을때 눈에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환자수가 늘고, 진료실이 늘어가면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a. 대표원장 진료실은 환자 눈에 바로 들어오는데, 예비로 만들어 둔 2진료실은 좁은 복도 끝에 있어 간호조무사가 진료 순서에 맞춰 2-3명씩을 미리 불러 대기시켜야 하는경우 (이런경우 상당히 많고 불필요하게 인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b. 환자 대기공간이 너무 좁아, 많은 인원이 몰릴 경우 앉을 자리가 없는경우
c. 환자 신체가 노출되는 처치 공간이 부족해서 옷을 벗고 있는 환자 옆으로 직원들이 계속 문을 열고 지나다녀야 하는 경우
d. 복도가 너무 좁아, 반대방향으로 걷는 두 사람이 몸을 지속적으로 부딪히는 경우 (복도의 최소 너비는 1.2 m 이상으로 보긴 하지만, 최소 1.5m 이상은 나와야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e. 물리치료, 도수치료실, 진료실 등 치료실의 개수가 턱없이 부족한 경우
f. 블로커 부원장님들을 위한 공간이 아예 없는 경우 (개원 초에 여분의 진료실을 주었다가, 진료실을 확장하기 시작하면서 대기공간이 전혀지게 되어 씨암실에서 핸드폰을 하며 대기시간을 보내는 선생님들도 계십니다)
이 외에도 수도없이 많은문제가 있지만 개원 전에 인테리어 도면을 고민하는 단계에서 조금만 더 생각해 보았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컨설팅 업체에서 이에 대한 고민을 해주는것 같진 않습니다.
2) 디테일한것까지 절대로 컨설팅 업체에서 전부 다 챙겨주지 않습니다
어쩌면 죽을때까지 일할수도 있는 나만의 병원을 만드는 작업이기에 원장님께서 생각하는 가장 최적의 공간 배치를 만드셔야 합니다.
벽체가 한번 세워지고 나서 사업을 개시하고 나면, 그뒤에는 절대로 변경할 수 없는게 바로 인테리어 공간배치입니다.
병원에서 실제로 움직이고 일을 하는 사람은 컨설팅 업체 사장이나 인테리어 업체 사장이 아니라 저희입니다. 부원장으로 일하시는 기간동안, 병원 직원과 환자들의 동선, 필요한 공간 배치, 필요한 가구 및 크기 등에 대해 스스로 깊게 고민해 보시고, 원하는 수정사항을 직접 인테리어 업체에 전달 하셔야 추후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a. 진료실 안에 초음파 혹은 공기청정기 등을 넣고 싶은데 콘센트가 없어서 넣지 못하는 경우
(해보시면 알겠지만, 인테리어 업체에서 미래를 예상해서 콘센트 위치까지 알아서 꽉꽉 넣어주지 않습니다)
b. 씨암실이나 초음파실, 처치실 문을 미닫이가 아니라 여닫이로 만들어놔서 (이거 정말 중요합니다) 문열때마다 안에 있는 환자를 치게되는 불상사가 생기는 경우
c. 물리치료실 콘센트 위치를 너무 낮게 달아서 직원들이 충격파를 들고 이동할때마다 허리를 계속 숙여야 해서 힘들어 하는 경우
d. 직원 식당의 문을 병원 외부가 아니라 내부로만 뚫어놔서 식사시 발생하는 음식 냄새가 병원안에 고여 오후만 되면 음식냄새가 진동을 하는 경우 (탕비실이 병원 내부에 있는 경우,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이곳에서 자꾸 쉬는 경우도 많습니다)
e. 진료실 문 사이즈가 좁아 휠체어나 워커가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
f. 도수치료실 콘센트가 한쪽 벽면에만 있어, 멀티탭을 따로 사용해야 해서 지저분해 보이는 경우
이 외에도 고려해야 하는 사소한 디테일들은 정말 수도없이 많습니다. 진료 현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원장님들이 봉직의로 일하시는 동안 이러한 내용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고, 컨설팅 업체에 모든것을 내맡겨 버리면, 분명히 언젠가 왜 이런 기본적인것들이 갖추어져있지 않은건지 의문을 품게 되실겁니다.
환자들이 병원 안에서 햇갈리지 않게 동선을 쉽게 배치하고,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하나라도 줄여서 환자의 편의를 도모해야 하며, 병원 안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원장님이 지치지 않도록 편의까지도 고려해서 인테리어 업체와 도면을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가셔야 합니다.
컨설팅 업체가 평균적인 수준의 도면을 제공해 줄 수는 있지만, 그건 굉장히 규격화된 양식의 formal 한 인테리어 도면입니다. 늘 하던대로의 일상적인 인테리어를 원장님께 제공할 뿐이니, 사소한 디테일은 반드시 원장님께서 직접 치열하게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결론
저는 컨설팅 업체를 껴서 개원하는것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인테리어 만큼은 원장님들께서 봉직의를 하는 기간동안, 필요한 모든것들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 보시고, 사소한것들을 직접 하나 하나 전부 다 챙길 것을 권해드립니다.
사업체는 멈출수 없는 폭주기관차와 같습니다. 한번 완성된 인테리어는 사업을 종료할때까지 다시는 바꿀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원장님이 지시게 됩니다. 컨설팅 업체를 이용하시더라도, 그들이 제공하는 인테리어 도면은 70점짜리 평균 답안지라 생각하고 나머지 30점은 스스로 끌어 올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