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차 계약 및 인테리어 계약에 이어 바로 직원구인을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개원 예정일 두달전부터 직원 구인 시작하면 된다고 하는데
저처럼 컨설팅 없이 혼자 진행하시는 분들이, 특히나 처음 구인하시면 두달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사업을 좀 해보셨거나, 혹은 개원 이미 해보셔서 짬이 있다면 두달이 충분한 시간이 될수도 있는데
저처럼 사람 뽑아보는걸 1도 해본적 없는 사람이라면, 개원일까지 구인을 다 마치지 못하는 참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의원급 규모에서 구인은 대부분 메디잡, 널스잡, 사람인 3군데 정도면 충분히 가능한데,
문제는, 구인공고를 올려도 뽑을만한 사람이 전혀 없다는것이었습니다.
주변병원 구인공고 올리는거 보고, 대충 비슷하게 만들어서 올려봤는데,
제가 뽑고싶었던 2-30대 젊고, 활기찬 사람들이 아니라
4-50대의 나이들고, 우울해보이는 모습의 사람들만 대거 지원서가 들어와서
도저히 뽑을래야 뽑을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날짜는 하루 하루 지나가는데, 구인은 전혀 안되고 있는 상황에 조금씩 초조해지고 있었습니다.
개원시 세팅이 정말 중요한게, 처음 직원 구성이 4-50대가 되어버리면, 뒤에 추가로 구인할 직원들도 비슷한 연령대로 맞추어야 합니다. 새로온 직원이 나이대가 너무 다르면 적응하지 못하고 대부분 이탈하게 된됩니다
초반부터 젊고 활기찬 병원을 만드려던 제 계획이 틀어지게 되는건가 걱정이 드던 찰나,
다시 한번고민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왜 젊은 직원들이 지원하지 않는건가,
그래서 봉직의로 일하던 병원에 다시 찾아가 친하게 지내던 젊은 직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왜 지원을 안하는거 같냐 물어봤더니
대답은 연차 및 오프 였습니다.
봉직의로 일하던 병원 직원들이 대부분 주 6 근무였는데,
주6 근무에 급여를 적당히 잘 쳐주면 사람들이 올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미스였던 겁니다.
제가 뽑기를 원하는 2-30대의 젊은 세대는,
급여를 많이 받으면서 주6 근무하는것보다, 급여가 조금 적더라도 주5 근무 및, 연차를 편하게 쓸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는걸 알게됐습니다.
그래서, 이대로는 구인이 안되겠다 싶어 근무 시간 및 오프, 연차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깊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막상 고민을 시작하니 고려할만한 사항이 너무 많았습니다
1) 주5 근무를 하면 주중 하루 오프를 어떻게 줄건지? 돌아가면서? 요일을 고정해서?
2) 연차는 어떻게 줄건지, 휴일에 붙여 쓰는것 가능하게? 월요일이나 토요일은?
3) 연차, 오프로 인한 인원 공백은 어떻게 해결할건지?
4) 반오프, 반차등도 허용할 것인지?
5) 휴일 있는 주는 오프를 어떻게 할건지?
6) 갑작스런 경조사는 어떻게 처리할건지?
7) 오프를 못쓰게 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보상할건지? 추가연차로? 급여로?
8) 야간진료를 하게되면, 근무 스케쥴을 어떻게 짤건지, 하루 8시간이 넘어가는 부분은 연장근로 할건지, 혹은 8시간 근무 맞춰서 2교대로 돌릴건지
9) 급여는 gross 로 할지, net 로 할지
10) 인센티브는 어떻게 지급할것인지
11) 직원 복지는? 어느 수준에서 제공할것인지
등등...
예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고민거리가 생겼고, 멘탈이 붕괴된다는게 이런건가 싶었습니다
개원예정일 6주가 채 안남은 상황에, 할일은 정신없이 쏟아지는데
구인은 단 한명도 안되고 있는 처참한 상황이어서, 정말 큰일나겠구나 싶었습니다
컨설팅을 끼고 할걸 그랬나는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지금 겪고 있는 불편과 고통이 나를 더 성장시킬것이라는 믿음으로
레지던트 이후로 처음, 잘시간이 모자라는 상황을 겪어가며
밤새 알아보고 고민한 결과, 내가 만들 '내 병원' 의 운영 시스템을 얼추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의 운영 체계를 어느정도 완성해놓고
이에 맞게 2-30대 직원들을 유인할만한 요소를 많이 심어서
구인공고를 수정한 결과, 이때부터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제가 딱 원했던 상의 직원들을 뽑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었지만, 그 과정이 정말 순탄치 않았습니다.
직원을 직접 뽑아보면 모두가 느끼실건데요, 정말 뽑을 사람이 없습니다.
이력서 들어오는것중 실제 면접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5-6장에 한명 될까 말까
실제로 면접까지 보면, 슬리퍼를 신고 나오거나, 위생상태가 불량하거나, 문신, 날티나는 말투 등으로
뽑을사람은 더더욱 없습니다.
위 사진이 제 스케쥴표이고, 파란색이 전부 직원 면접입니다.
면접도 한명한명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하루 3-4명만 봐도 진이 다 빠집니다
개원 한달이 채 안남은 시점에 많게는 하루에 8명까지도 면접을 보는 강행군을 이어갔습니다.
무슨 일이든 직접 몸으로 부딪혀서 얻는게 가장 크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멘탈 부여잡고 꿋꿋이 버텼는데,
정말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정말 많은걸 배울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각 직종마다 구직할때 어떤걸 원하는지, 어떤 직장을 원하는지
장기근속 하게 하려면 어떤걸 제공해야 하는지
직원들과 대화할때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내가 있는 지역에서의 각 직종 적정 급여의 수준 얼마인지
직원들에게 어디까지 해주고, 어떤걸 해주면 안되는지
상벌을 어떻게 적절하게 사용할것인지 등등
직원 구인에 관한 모든것을 체험하고 나서는 개원후 추가 구인을 할때도 전혀 어려움 없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개원을 다시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안그러는게 좋겠지만)
누구의 도움 받지 않고 스스로, 이전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게
가장 큰 수확이지 않나 싶습니다.
p.s 돈만 많이 주면 구인은 정말 쉽습니다
동일 조건 대비, 타 병원에 비해 20% 만 더줘도 이력서 차고 넘치게 들어옵니다.
하지만 한번 정해진 급여는 다시는 내릴 수 없고, 매년 연봉을 인상해 주어야 합니다.
거기에 개원 초에 보이지 않던 퇴직금의 존재와 각종 연장수당 및 연차 수당 등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지출을 하나씩 겪고 나면
왜 세상의 모든 사장들이 월급을 많이 줄 수 없는지를 이해하시게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