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후배가 개원지 정하고 도장 찍었다는 얘기 듣고, 저도 그때가 생각나서 몇줄 끄적여 봅니다.
2년전에 부동산 입지 업체에서 좋은자리가 있다고 해서, 같이가서 매물 확인하고 나니, 제가 생각하던 이상적인 자리인듯 하여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었습니다.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여기가 과연 좋은자리가 맞을까?
여기 아니어도 더 좋은자리 나올수도 있는데 그걸 놓치는게 아닐까
막상 계약했는데 사기당하면 어떻게 하나
이거 계약하는 순간 앞으로 내인생은 하차없는 노빠꾸 청룡열차 타는건데 이게 맞을까
개원하면 2-3년은 쉬지도 못하고 계속 일해야 할텐데... 잘할수 있을까
월세 눈탱이 맞는건 아닐까.. 이게 합리적인 가격일까....
왜 여기 오겠다는 병원이 나밖에 없는거지, 안좋은 자리인건가?
등등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1주일간 거의 잠을 못잤습니다. 오프날 혼자 차끌고 가서 공사하던 건물 주변 걸어도 보고,네이버 지도로 아파트 세대수도 세보고, 입지 분석해주는 프로그램도 돌려보고...
하다보니 내가 이런다고 뭐 아나 싶은 자괴감도 들고...
정말 괴로웠습니다. 한가지 분명했던건, 지금 인생에서 굉장히 큰 갈림길에 서있는 상태라는 거였습니다.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알겠더군요. 내가 지금 내리는 결정이 나의 남은 인생을 상당히 크게 달라지게 할거라는거.
제가 지금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건, 바로 그 입지 컨설팅 업체 대표님이십니다. 4-5일쯤 고민하던 찰나에 전화가 오시더라고요. 혼자 길가에 앉아서 끝없이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전화가 울리는데,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 거렸습니다.
나한테 무슨말을 하려고 전화한걸까, 이미 자리가 나갔다고 얘기하려는건가 싶기도 하고, 오만 생각이 다 나서 이상하게 마음이 진정이 안되더군요
전화를 받고 대표님하고 차근히 얘기를 나눴는데, 요지는 정말 좋은자리니 도장 빨리 찍으시라는 거였습니다.
어떻게든 빨리 압박해서 계약 끝내버리려는 뉘앙스가 아니었고, 그 자리가 왜 좋은지 왜 놓치면 안되는지를 저한테 조목 조목 설명해주면서 정말 좋은 기회이니 놓치지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입지선정이 정말 큰일이라 고민 많이 되는것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다른 원장님도 다 그러셨다고. 저의 경험과 안목을 믿고 의뢰하신거 아니냐, 그러니 날 믿고 이렇게 하라고 등떠밀어줄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계약하시라는 내용이었는데..
여기까지 듣고, 마지막으로 잠깐 고민한 후에.. 바로 계약 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뒤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구요.
계약서 쓰고 다시 또 2주간 잠을 못잤습니다. 매일밤 너무 심장이 두근거려서 이게 잘 한 결정인건지... 의심하고 의심하고... 이미 도장 찍어서 되돌릴수도 없지만 불안감이 도저히 사그라들질 않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다 추억입니다만, 개원 자리 결정하는건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어려운일 같습니다. 인생의 상당부분은 '실력' 이 아니라 '운' 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죠. 저는 이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습니다.
개원자리도 '운'이 많이 작용하는것 같습니다. 내가 부동산 보는 눈이 있는게 아니라면... 결국 감으로 찍거나, 공부해서 찾거나, 남한테 의지해야 하는건데. 저는 제가 아무리 공부한다고 해도 좋은 결정 내릴거라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를 믿고 맡기자 라는 결론에 이르렀는데...
만약 그 업체 대표님이 사기꾼이었거나, 입에 발린 좋은말만 하면서 어떻게든 계약만 빨리 성사시키려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겠죠. (지금도 뭐 그리 대단한건 없지만 적어도 먹고 살만큼은 버니...)
이것도 다 운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료 보는거나, 병원 시스템적인것, 마케팅에 관련된건 그 누구보다 잘할 자신 있었지만, 자리 선정만큼은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전문가한테 믿고 맡기자라고 결정했고, 다행이 운이 좋게도 이게 잘 맞아 떨어졌던거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개원준비중인 원장님들께 제가 특별히 무슨 조언을 해드리려고 이걸 쓰고있는건 아닙니다. 개원자리 관련해서는 저도 잘 모르는 분야라 제가 감히 누구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실력은 아닙니다.
지금도 개원자리 고민에 2년전의 저처럼 잠못이루는 원장님들 많이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먼저 개원한 대부분의 원장님들이 비슷한 과정을 겪으셨을 겁니다. 저처럼 자리 결정한 사람도 있으니, 제 경험 참고하셔서 부디 좋은 결정 내리시길 빕니다. 그 길에 좋은 '운' 도 따라 붙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다들 화이팅하세요!